아프리카 나무탈(Wooden Mask), 이야기
오늘은 나무로 만든 탈,
특히 제가 소장하고 있는 아프리카의 어느 나무탈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.
조형미가 아주 독특한 서로 다른 2개의 탈입니다.
무심한 듯한 주술神의 상징이 묻어나는 건 둘 다 비슷합니다만
조형적인 느낌이 아주 다릅니다.
얼굴에 그리는 주술적인 선을 포함한 탈은 얼굴의 높낮이를 무시하고
눈, 코, 입만 붓 끝의 스침처럼 조각해 놓았습니다.
또다른 하나의 탈은
뭉툭한 이마와 좁은 하관으로 이어지는 날렵한 얼굴 윤곽을 가지고 있습니다.
눈, 코, 잎도 얼굴의 높낮이를 따라 사실적으로 조각해 놓았습니다.
어찌보면 날카롭고 냉정한 느낌입니다.
탈이란 게 원래
움직임과 각도에 따라 다른 여러가지 느낌으로 보입니다.
오광대의 탈이나 별산대의 탈, 심지어는 종이로 만든 가산오광대의 탈도
움직임에 따라 많은 느낌을 받습니다.
이 탈도 예외는 아닙니다.
각도에 따라 풍부한 느낌을 가지고 있습니다.
나무로 만든 얼굴 몸통에다가
갈대잎이나 나무 섬유질로 머리카락을 표현하고
위엄있는 상징성을 제외함으로 인해
주술적이라기보다는 아주 인간적인 모습입니다.
쌍으로 맞추어서 구한 건 아니지만
이렇게 놓고보니
웃음이 빠진 하회의 양반탈과 각시탈을 보는 느낌입니다.
이 탈들은 직접 얼굴에 쓰기엔 좀 작아 보이지만
얼굴에 뒤집어 쓸 수 있는 구색은 다 갖추고 있습니다.
작아서 의심이 좀 들긴 하지만 머리가 작은 아프리카인들은
머리에 뒤집어 쓸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.
아니면 손을 탈속에 넣어서 사용하거나 이마위에 올려서
탈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.
이 2개의 탈은 2006년 20여일의 아프리카 여행 때 우연히 구해 온 것입니다.
기회가 있어 아프리카 잠비아 여행을 가게 됐습니다.
그 때는 아프리카 같은 곳에서 살고 싶은 호기심도 있었고
생면부지의 땅 아프리카에 대한 궁금증도 많았습니다.
중간 기착지인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
맞닥뜨린 권총강도는 지금 생각해도 공포스럽습니다.
힘들게 도착한 잠비아의 수도 루사카에서의 여행은 많은 것을 알게 해 주었습니다.
잠비아의 고단한 근대의 역사와 만연한 에이즈...
가까이서 지켜 본 그들의 삶 등
재미있고 소중한 여행이었습니다.
어느 주말 루사카의 넓은 주차장에서 열리는 토속장터를 둘러보다가
이 두 탈을 발견했습니다.
다른 조악한 기념품들 속에 아주 빛났던 탈이었던 것 같습니다.
흥정해서 꽤 값을 주고 구입했습니다.
제법 전톨적이고 민속적인 느낌이기도 했고
사용감이 진하게 묻어 있는 탈의 느낌때문에 더 마음을 끌었나 봅니다.
출국할 때 공항에서 가방 하나를 도둑맞고
입국할 때도 가방 하나를 도둑 맞았지만
용케 저 탈들은 무사했습니다.
그렇게 구해 온 탈인데
제대로 대접을 못해줬습니다.
.....
먼지를 털고 비싼 오일을 발랐습니다.
발라도 발라도 계속 오일을 먹네요.
그동안 홀대에 대한 역정이 난 건지 상해가는 몸에 갈증이 쌓인 건지 알 수 없습니다.
이제 보관액자를 만들어서 모셔 둘 예정입니다.
어찌보면 그들의 소중한 민속자료를
여행객의 무모한 호기심으로 도둑질한 것은 아닌지
조금 미안하긴 합니다.
일제강점기 때 우리의 수많은 유물을 약탈한 일본인들과 겹쳐 보이기도 합니다.